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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와 삶에 관하여

가장 잘 하는 사람은 아닐지라도, 가장 많이 성장한 사람이 되고 싶다. (#대학원라이프)

by Hi Sophia 2021. 3. 4.

 대학원에 와서 가장 많이 느끼고 있는 것은 나 스스로의 부족함이다. 그것을 반복적으로 느낄 때마다 나는 수없이 작아진다.

처음엔 어떻게든 남들보다 몇 배로 시간을 들이면 남들만큼, 아니, 남들보다 더 잘 할 수 있겠지라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과제로 나온 리딩조차 다 읽어가지도 못했을 때의 그 좌절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의 반복...

매일같이 나의 한계를 두 눈으로 보고, 그것을 애써 인정하는 일은 썩 유쾌하지 않다.

지난 학기에는 그나마 한국어 번역본이 있는 과목들을 배운 터라 나름 잘 쫓아가며 공부할 수 있었다. 다만 수업시간에 나오는 말들을 알아듣는 것이 챌린지였을 뿐.
그것에 익숙해졌을 즈음, 방학이 지나가고, 다음학기가 시작되었다.

이번 학기는 영어 논문들이 리딩 과제로 나오기 시작해 첫 주부터 몹시 헤맸다. 나의 이해 속도를 높여줄만한 한글 번역본 따위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도서관에 달라붙어 8시간을 넘게 읽어도 과제로 나온 논문 고작 2편의 반도 못 읽었다.
그 다음주라고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 달째인 아직도 과제리딩을 다 못끝내고 간다.

휘몰아치는 좌절감을 여차여차 이겨내고있을 때즈음 그룹 프로젝트 미팅에서 애들이 하는 말을 절반이상 못 알아들으면 멘탈은 아주 탈탈 털린다.
여러 아이디어가 오가고, 종종 모두가 빵 터지며 웃을 때 혼자 웃지 못하는 소외감이란!

두번째 학기 한 달 차. 목표를 바꿨다.
비록 가장 잘 하는 사람은 아닐지라도, 이 수업이, 이 과정이 끝나고 나면 가장 많이 성장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4과목씩이나 선택한 바람에 매주 읽히지도 않는 영어논문을 무려 4편씩 읽어야 하는 상황은 나를 더욱 성장시킬 것이다. 이것만은 확실하다.
박사과정 가려면 학점이 중요하다던데, 에이 몰라.
인생 길다. 긴 인생에서 학점보다는 나의 성장이 훨씬 더 중요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