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와 삶에 관하여

베품에 관하여 - 유럽여행 후 느낀 점 두 가지

Hi Sophia 2020. 1. 24. 02:25

 하노버에 놀러갔을 때 언니네가 해줬던 메뉴인 강불파와 인도풍 커리양파볶음을, 친구가 놀러왔을 때 남편과 내가 해주었다.



첫째.

내가 받았던 것이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면 그대로 남에게도 베풀고 싶어진다.
(그동안은 A가 내게 잘 해주었으면 나도 A에게 갚아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A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이에게도 그렇게 베풀게 된다. 하노버에서 언니네가 나를 환대해줬듯이 나도 나를 찾아온 친구를 대하게 되고, 내게 진심어린 조언과 격려를 해 주신 도 교수님은 자신도 그런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기 때문에 내가 너에게 이렇게 할 수 있는 거라고 하셨다.)

언니는 유럽여행을 할 때 친구네 집에서 지내며 집 앞을 산책하고 그랬던 것이 그렇게 좋았다고 했다.
언니는 이번에 내가 유럽여행을 할 때 나를 하노버로 초대했고 얼마든지 머물다 가라고 했다. 산책도 권장했다.

언니와 형부는 나에게 많은 것을 묻지 않았다. 혹시 가고 싶은 곳이 있는지, 강불파 요리를 좋아하는지 정도였다. 하노버로의 여행목적은 언니네를 만나러 가는 것 뿐, 그 외 여행할 목적이 크게 없었으므로 나는 검색조차 삼십분 이상 하고 가지 않았다. 그런 나는 언니와 형부가 알아서 척척 짜준 스케쥴대로 움직이는 것이 편했다.

나는 내가 사는 곳까지 와 준 친구에게 많은 것을 묻지 않았다. 언니와 형부가 내게 그랬듯 간단한 여행 코스를 짜 두었고, 친구가 도착하는 역/공항까지 마중나갔고, 여행지는 운전하여 차로 이동했다. 하루 종일 밖에 있기보단 집에서 요리를 해 줄 시간을 꼭 마련했다. 저녁 와인 수다 파티에 곁들일 안주(카나페)도 준비했다.

둘째.
누군가 내게 베풀었던 것이 두 배로 고맙게 느껴질 때는 내가 그대로 남에게 베풀 때이다.

하루종일 운전하여 누군가를 여행시켜주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특히 초보운전자인 나는 친구가 떠나고 난 뒤 어깨와 허리가 아프고 딱딱하게 굳어서 결국 남편에게 마사지를 받고 나서야 잠들 수 있었다. 게다가 운전에 신경쓰다보니 친구와 대화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하노버에서 운전해 주신 형부가 너무나 감사했다.

여행 코스를 짜는 것도 쉽지 않았다. 관광지로 크게 유명하지는 않은 곳에서 어느 곳을 선별해서 데려가야 할까. 수없이 고민했다. 언니와 형부도 고민했을 것 같다.

매 끼니 음식을 해 준 것도 두 배로 고맙게 느껴졌다. 친구가 오기 전부터 메뉴를 정하고, 유튜브를 보며 레시피를 챙기고, 장을 보고... 게다가 내겐 요리를 하는 것도 일, 이주일 전부터 배움과 연습이 필요했다. 강불파를 위해선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잠시도 쉬지 못하고 팔을 걷어부쳤다. 누군가를 대접하는 일이 정말 보통 일이 아니구나, 절절하게 느꼈다.

내가 초대받았을 때 좋았던 점들을
나를 찾아준 이에게 그대로 베풀어 좋은 기억을 남겨주려고 노력해보니
그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이었는지,
때때로 힘들어도 내게 내색하지 않았겠구나,
깨닫게 된다. 그리고 두 배로 고맙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