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와 삶에 관하여

우리도 청첩장을 두번 찍게 될 줄이야... 결혼, 쉽지 않네요 (1)

Hi Sophia 2020. 8. 18. 19:47
우리가 사는 이야기
글에 앞서_
편의상 신부 이름을 ㅁㅁ, 신랑 이름을 ㅇㅇ라 하겠다.

 

신랑, 신부 순서를 바꿔보자

나란히 앉아 청첩장 내용을 작성하던 중 남편이 제안했다.

"여기 ㅁㅁ 먼저 쓰는 것이 어때? 청첩장에 항상 신랑 먼저 들어가잖아."

그랬다. 의식하지 못했지만, 우리가 받는 대부분의 청첩장은 남자측이 위로, 여자측이 아래로 가 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청첩장. 신랑측 위. 신부측 아래. 고정된 순서.

 

 

여자인 나조차 의식하지 못한 점을 짚어내고 한 번 바꿔보자고 남편이 먼저 제안하다니. 이런 남자를 만난 것만으로도 나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귀여운 남편 역시 자신은 깨어있는 남자라며 으쓱해했다.

물론 남편 역시 남편의 어머니가 마음쓰였는지 어머니께 드릴 50~70장 정도는 따로 만들자고 했다. 추가인쇄에 드는 추가비용은 1만원이었다. 그 점에 나도 동의했다.

결과적으로, 신부 부모님이 돌릴 청첩장에는 신부측 혼주가 먼저, 신랑 부모님이 돌릴 청첩장에는 신랑측 혼주가 먼저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당사자인 나와 남편이 각자 지인들에게 돌릴 청첩장은 신부가 먼저 들어갔다. 이 역시 남편의 의견이었다.

 

모바일청첩장은 1가지 버전으로만 만들어드립니다.

다만, 모바일청첩장은 신부 먼저 기재하기로 했다. 청첩장 제작 업체에서, 모바일청첩장은 종이청첩장처럼 2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줄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나는 남편의 어머니가 신경쓰였다. 남편 역시 이 부분은 직접 찾아뵙고 잘 말씀드리고 오겠노라 했다. 요즘은 이렇게들 많이 한다고. 어차피 결혼하는 사람인 우리는 변함없고, 남자/여자 중 순서를 하나 선택해야하는건데 순서쯤 대수롭지 않을 수 있는 것이라고. 이렇게 하면 깨어있는 집안이란 인상도 주고 아주 좋다고. 그러나 어머니께서 너~무 속상해하실 경우 약 5만원 정도를 더 지불하고 모바일 청첩장을 새로 하나 더 만들어도 되겠냐고 내게 동의를 구했다. 나도 그러자고 했다.

 

내가 이것만은 다 해줄 수 있어!

남편은 멋쩍었는지, 청첩장 겉표지에 우리 둘의 이름이 들어간 부분을 짚으며 말했다.

"대신 이건 다 해줄 수 있어! 이 정도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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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ㅁ
그리고

ㅇㅇ

2020.1.1.1시
행복한웨딩홀

겉표지에 우리 두사람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은 종이청첩장 모든 부수 다 ㅁㅁ를 먼저 넣자고 했다. 배우 이보영-지성 커플도 그렇게 청첩장을 만들었던 걸 함께 본 적이 있다. 남편은 이것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으쓱해했다. 귀엽고 고마웠다.

우리는 순서따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청첩장 내지에 혼주가 들어가는 부분은 부모님의 성함이 들어가는 것이니 신랑측 부모님께서는 예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겉표지는 달랐다. 우리가 시범적으로, 혹은 최초로 도전! 하는 것도 아니고 여성인권! 을 주창하는 거창한 것도 아니었다. 겉표지에 신부-신랑 이름 순으로 적힌 청첩장은 종종 눈에 띄었다.

 

출처= 나무엑터스 트위터

 

 

그렇게 우리는 청첩장을 만들었고, 이를 남편의 어머니께 보여드리자마자, 아니 시누이가 듣자마자 모든 것이 뒤집어졌다.